복음묵상 - Lectio Div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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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흥하는 사람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2. 27. 09:51
루카 2,22-40 또는 2,22.39-4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루카 2,30.33). 여기서 아기의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가 시메온의 하느님 찬미가를 듣고 “놀라워 하였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왜냐하면 요셉과 마리아는 알았어요. 이 아기가 그냥 태어난 게 아니라는 것을요. 하느님의 개입으로 잉태된, 세상에 보내진 메시아라는 것 말입니다. 이를 요셉이 알아요. 마리아가 알아요. 근데 왜 놀랐을까요? ‘음… 우리 말고 저 시메온은 이 비밀을 어떻게 알았지?’ 그거죠. ‘이건 비밀인데… 이 비밀을 어떻게 알았지? 아, 성령께서 일러주셨구나…! 그니까 이 일은 우리만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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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4주일] 시간낭비 없이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2. 20. 07:00
루카 1,26-38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여기서 성모님의 저 응답이 필요했습니다. 지금도 주님께서는 이 방법을 고수하시고, 이 방법을 관철하십니다. 우리의 도움 없이는 우리의 응답 없이는 안 하십니다. 여러분에게도 똑같이 초대하십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어떤 일을 하고자 하실 때, “나는 네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할래?” 그럴 때 여러분이 “예” 하고 대답하면 주님께서 “그래, 우리 같이 하자!” 이렇게 되는 거고요, 여러분이 “아니요, 못하겠습니다” 하면 “그래, 그러면 내가 기다릴게. 때가 되면 나한테 ‘예’라고 좀 해줘” 그러고 나서 기다려주시는 분이 주님이세요. 그렇다면 시간낭비 없이, 일치감치 대답해서 서로 좋은 사이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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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3주일] 토씨 하나 고대로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2. 13. 08:40
요한 1,6-8.19-28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요한 1,6). 요한은 ‘스스로’ 나타난 사람이 아니라 ‘보냄 받은 자’, ‘소명자’였습니다. 이 세상에 대부분 건강한 종교인은 자신이 ‘보냄 받았다’는 생각을 하죠. 근데 만약 기고만장하면 ‘스스로’ 왔다 생각할 수 있어요, 스스로 깨달았고… 그럼 안되죠. ‘보냄 받았다’라는 사람은 보내신 분을 늘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우린 심부름꾼이고 종(servant)이고 도구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그분께서 하라 하신 것을 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분께서 “가서 전하라”라고 하신 것 토씨 하나 고대로 바꾸지 말고 전해야 하는 겁니다. 원문 출처: 차동엽 신부, 2017년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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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2주일] 직설화법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2. 6. 12:28
마르 1,1-8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마르 1,3). 주님께서 오시는 길을 마련한다… 핵심은 ‘생각의 길’, ‘마음의 길’이에요. 주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데 왜 이 길을 닦아야 하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 생각이 점차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간 겁니다. 감정도 하도 다쳐서 마치 오징어 말리듯 말려있어요. 왜 오징어가 불에 닿으면 곧장 말려버리잖아요? 그처럼 감정도 데어 꼬여버린 겁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아무리 우리에게 복을 주고자 하셔도 우리에게 오고 싶으셔도 그 꼬인 길을, 미로를 찾아서 오시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대화를 나누다가 저도 진땀을 뺄 때가 있어요. 누구랑 대화를 나눌 때 진땀을 빼냐, 말을 곧이곧대로 안 듣는 사람 하고입니다. ‘신부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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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새로운 희열의 지대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1. 29. 08:35
마르 13,33-37 “깨어 있어라”(마르 13,35). ‘도대체 뭘 깨어있으라는 거지?’ ‘뭘 하라는 거야?’ 이렇듯 막연한 의문이 떠오르는 분들에게 오늘 꼭 기억해 두어야 할 단어를 익혀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본분’과 ‘본질’입니다. 깨어있음이 요구하는 핵심이죠. “매 순간 자기 본분을 잃지 말고 자기 본분을 떠나지 마라.” 이 본분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본분, 부모로서 본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기 본분, 자기 역할을 말합니다. 거기서 일탈하고 거기서 멀어지고 거기서 태만하고 거기서 유기하는 것, 그것이 잠자는 것입니다. 반대로 본분에 충실한 것이 깨어있는 것입니다. 이는 본질에도 해당돼요. 흔히 ‘본질을 살자’, 그럽니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동물적으로 사는 게 비본질적인 것이라면, 의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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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만남의 순간에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1. 22. 10:32
마태 25,31-46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마태 25,31-32). 가해 마지막 주,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 인생의 마지막 날을 묵상해 봅니다. 그 마지막 날 우리에게 오실 분은 그리스도 왕이십니다. 인류 역사와 우주의 심판관이시며 주재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가 마치 눈 앞에 봬듯 (어떤 형식으로 만나 뵐지는 모르지만요) 그 대면하는 날이 우리에게는 마지막 날인 거죠. 보통 이 마지막에 대해 ‘심판’이라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별도로 심판을 준비해 놓으시고 이쪽에는 불구덩이, 저쪽에는 잔칫상, 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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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일] 몸이 저절로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1. 15. 09:57
마태 25,14-30 또는 25,14-15.19-21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21). 오늘 복음 말씀 ‘탈렌트의 비유’ 속에서 한 탈렌트를 받은 사람은 ‘결국 여기서 내가 벌어봤자, 이거 내 돈도 아니고 맡겨논 돈인데 뭘, 내가 뼈 빠지게 고생해서 뭐해? 묻어두자, 그리고 주인이 오면 돌려주자~’ 이런 마인드였죠. 끝내 그는 야단 맞고 쫓겨납니다. 반면 주어진 탈렌트를 발휘해서 그 배로 주인에게 돌려준 이들은 주인에게 칭찬받고 상까지 받아요. 중요한 건 뭐냐,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입니다. 오늘 이 복음 말씀 들으시고 많은 신자분들은, ‘그래, 나도 작은 일에 성실해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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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2주일] 어떤 과감한 결단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0. 11. 8. 09:40
마태 25,1-13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마태 25,10). 여기서 중요한 건 “닫혔다”라는 표현입니다. 세상의 혼인 잔치에서는 문이 그렇게 ‘닫히지’는 않죠. 늦어도 ‘열어달라’ 하면 열어줍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의 비유를 소재로 세상의 혼인 잔치와 하느님 나라의 혼인 잔치는 ‘차이가 있다’ 하십니다. 곧 하느님 나라 혼인 잔치는 “한번 닫히면 영원히 닫힌다. 안 열리는 문이다”라는 건데요, 이게 뭐하고 똑같으냐면 “죽으면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죽음이 왜 무서운가요? 죽으면 더 이상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겁니다. 불교교리에서는 윤회를 믿기에 죽더라도 ‘또 기회가 있다’고 여기죠. 그래서 만약 이번 생을 망쳤다 싶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