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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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일어나 가자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3. 28. 07:00
마르 14,1―15,47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예수님께서 기도하십니다. 유명한 겟세마니의 기도입니다. 그분의 심정을 짐작하여 얘기해 본다면, “두렵습니다… 꼭 이래야 합니까? 피할 수는 없습니까? 제가 조금 더 활동을 연장하면 더 좋은 타이밍이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뭐 여러 가지가 가능하겠죠.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결정권을 아버지께 맡겨 드리십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그러고서는 이제 결심하십니다. 그 결심이 서기까지 진땀을 빼는 고뇌가 있었습니다. 어떤 것을 받아들일 때, 보통 이런 과정이 있죠. 아버지의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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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일] 아버지의 응원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3. 21. 07:00
요한 12,20-33 “그러자 하늘에서 ‘나는 이미 그것을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왔다”(요한 12,28).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니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요한복음에만 있는 내용이죠. 요한이 이를 기록합니다. 곧 이 사건은 진실이라는 얘기예요. 어떤 이에게는 이 음성이 “천둥이 울”(요한 12,29)린 것처럼 느껴졌고, 또 어떤 이에게는 “천사가”(요한 12,29) 말하는 목소리로도 들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 소리는 내가 아니라 너희를 위하여 내린 것이다”(요한 12,30). “알아들으렴. 너희가 십자가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기쁨으로 따르도록 아버지께서 응원하며 가르쳐 주시는 거야.” 여러분, 십자가 안에서 최고의 은총을 발견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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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 지금 주어진 것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3. 14. 07:00
요한 3,14-21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당연한 거지만, 우리에게 당연한 거지만 우리는 이 덕에 살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요약해 지니고 계신 거고요. 이 말씀은 우리 신앙 모든 것의 요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어떤 신학적 과정 등을 생략하고 한 마디로 이 “영원한 생명”을 말씀드린다면, ‘영원한 생명은 죽은 다음에 시작되는 생명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생명이더라’는 겁니다. 이미 여러분에게 이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 거예요. 이미 주어진 겁니다. 이에 대해 깊이 묵상해 보는 한 주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원문 출처: 차동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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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 새로운 개념의 제사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3. 7. 16:14
요한 2,13-25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이 성전은 46년 걸려 지은 곳입니다. 이걸 허물고 사흘 안에 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2,21)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이미 예수님께서는 복선을 깔고 말씀하신 겁니다. 이 말씀에는 복잡한 함수관계가 들어가 있어요. 뭐냐면 예수님께서 “허물어라”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상인들도, 환전꾼들도 몰아내셨고요. “이제 앞으로 이 상인들도 필요가 없어. 환전꾼들도 필요 없어. 아예 필요 없는 때가 와. 새로운 개념의 제사가 이루어질 거야. 짐승을 바치지 않아도 되는 제사가 올 거야.” 이렇게 암시하시는 대목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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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 긴 여정의 목적지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2. 28. 07:00
마르 9,2-10 “그 무렵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마르 9,2-3). 사순 제2주일은 항상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우리가 복음으로 묵상하게 됩니다. 긴 여정의 목적지가 어딘가를 알려주기 위해서 이렇게 전례적으로 배치가 된 것이죠. 사순절에 대해 회의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왜 자꾸 굶으라 그래?’ ‘뭐 그렇게 자꾸 회개하라 그래?’ ‘누가 그렇게 힘들게 살아. 요즘에…’ 이런 마음들이 조금씩 올라올 때, “그 길을 간 사람만이 예수님께서 영광을 누리신 그 변모 사건처럼 우리도 그런 영광을 입게 될 것이다” 라는 이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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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 심판 끝, 자비 시작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2. 21. 07:00
마르 1,12-15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13). 노아 시대 때 하느님께서 홍수 심판을 하실 때, 세상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내가 다 쓸어버리리라”(창세 6,7 참조) 하셨습니다. 그렇게 다 쓸어버리시다가 하느님께서 후회하시고 회개하시고 이제 멈추시는 겁니다. “이렇게 다 쓸어버리고 났더니 나도 가슴이 아프다. 이제 너희들의 후손들하고는 내가 다시는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 원칙대로 가시다가, “아휴, 저 나약한 내 자녀들이… 내가 너무 원칙대로 가니까 여기서 구원받을 자가 너무 적구나. 그러니 내가 자비를 베풀리라.” 그리하여 자비의 계획을 세우시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회개입니다. 여기서 무지개의 역할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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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6주일] 기쁨 뿐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2. 14. 10:59
마르 1,40-45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르 1,44). 나병 환자까지 치유받았다는 소문이 나면, 그야말로 그분 앞길이 걷잡을 수 없게 됨은 뻔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의사’로 오시기는 했지만 당신께 사실 이것은 방편일 따름이었습니다. 병을 치유하는 것만이 복음의 전부가 아니에요. 구원의 전부가 아니죠. 극히 일부인 겁니다. 그것을 통해 죄인이 당신을 믿게 하고 그 내면의 죄를 용서받게 하여 구원을 이루는 것이 목표인데, 그 큰 일을 하시기도 전에 나병환자를 치유하신 사건이 퍼지면 이거는 난리법석인 거예요. 포커스가 온통 ‘병의 치유’에 맞춰지겠죠. 또한 나병 환자에게 손을 대신 예수님의 행위도 문제 삼을 수 있던 부분이고요. 그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함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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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일] 정주사목에서 방랑사목으로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2. 7. 09:41
마르 1,29-39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마르 1,38). 여기에 아주 중요한 복선이 깔려 있습니다. 제자들은 지금 아무것도 몰라요. 기초교육도 안 되어 있어요. 근데 제자들은 그림을 그리기를, 예수님께서 뭐 어디 정착하셔서 활동하시는 줄 알고 있었어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지금 예수님의 이 말씀은. 어떤 선생도, 어떤 랍비도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한 적이 없어요. 딱 정해진 학교에 교수로 부임해 거기 있었죠. 선생으로 부임해 거기 있었죠. 명성을 지니고 자기 집으로 “오라!” 그랬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말하자면 정주사목에서 방랑사목으로 가는 거예요. 머물던 사목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