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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 심판 끝, 자비 시작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2. 21. 07:00
마르 1,12-15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13). 노아 시대 때 하느님께서 홍수 심판을 하실 때, 세상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내가 다 쓸어버리리라”(창세 6,7 참조) 하셨습니다. 그렇게 다 쓸어버리시다가 하느님께서 후회하시고 회개하시고 이제 멈추시는 겁니다. “이렇게 다 쓸어버리고 났더니 나도 가슴이 아프다. 이제 너희들의 후손들하고는 내가 다시는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 원칙대로 가시다가, “아휴, 저 나약한 내 자녀들이… 내가 너무 원칙대로 가니까 여기서 구원받을 자가 너무 적구나. 그러니 내가 자비를 베풀리라.” 그리하여 자비의 계획을 세우시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회개입니다. 여기서 무지개의 역할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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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6주일] 기쁨 뿐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2. 14. 10:59
마르 1,40-45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르 1,44). 나병 환자까지 치유받았다는 소문이 나면, 그야말로 그분 앞길이 걷잡을 수 없게 됨은 뻔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의사’로 오시기는 했지만 당신께 사실 이것은 방편일 따름이었습니다. 병을 치유하는 것만이 복음의 전부가 아니에요. 구원의 전부가 아니죠. 극히 일부인 겁니다. 그것을 통해 죄인이 당신을 믿게 하고 그 내면의 죄를 용서받게 하여 구원을 이루는 것이 목표인데, 그 큰 일을 하시기도 전에 나병환자를 치유하신 사건이 퍼지면 이거는 난리법석인 거예요. 포커스가 온통 ‘병의 치유’에 맞춰지겠죠. 또한 나병 환자에게 손을 대신 예수님의 행위도 문제 삼을 수 있던 부분이고요. 그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함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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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일] 정주사목에서 방랑사목으로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2. 7. 09:41
마르 1,29-39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마르 1,38). 여기에 아주 중요한 복선이 깔려 있습니다. 제자들은 지금 아무것도 몰라요. 기초교육도 안 되어 있어요. 근데 제자들은 그림을 그리기를, 예수님께서 뭐 어디 정착하셔서 활동하시는 줄 알고 있었어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지금 예수님의 이 말씀은. 어떤 선생도, 어떤 랍비도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한 적이 없어요. 딱 정해진 학교에 교수로 부임해 거기 있었죠. 선생으로 부임해 거기 있었죠. 명성을 지니고 자기 집으로 “오라!” 그랬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말하자면 정주사목에서 방랑사목으로 가는 거예요. 머물던 사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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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일] N극이 S극을 밀어내듯이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1. 31. 10:06
마르 1,21ㄴ-28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4). 이 악령이 이처럼 예수님께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한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이 실체(實體)들은 말하지 않아도, 모습을 감춰도, 벌써 분위기로, 아우라로, 느낌으로 기운이 교류합니다. 마귀는 지금 견딜 수 없는 파장대에 들어온 거예요. 자기는 악한 파장을 가지고 있는데 순수 선 자체께서 회당에 딱 들어오시니까 밀려나는 겁니다. N극이 S극을 밀어내듯이 마귀가 그냥 밀려나는 거예요. 존재를 같이 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 옛말에도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는 겁니다. 나하고 기운과 생각과 여러 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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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주일] 복음 앞에는 갈 수 있습니다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1. 24. 09:44
마르 1,14-20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드디어 하느님께서 역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힘든 시절이란 뭔가요, 하느님의 침묵입니다. 이는 지금도 사실 반복되고 있죠. 여러분이 신앙생활을 하며 가끔씩 드는 생각 중 하나가 ‘하느님께서 지금 내 삶에 침묵하고 계셔…’라는 느낌일 겁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개입하기 시작하십니다. 하느님의 개입은 무조건 좋은 거예요. 지금은. 왜 좋은 거냐, 하느님께서는 심판을 마지막으로 유보해 놓으셨어요. 그니까 마지막 때 하시는 개입은 인정사정없습니다. 새로운 기회도 없어요. 그러나 마지막이 오기 전까지 하느님께서 우리 삶에 개입하실 때는 비록 고통을 통해 오시더라도, 시련을 통해 오시더라도 좋은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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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일] 고급 지혜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1. 17. 09:49
요한 1,35-42 “무엇을 찾느냐?”(요한 1,38) 무엇을 찾느냐,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굉장히 철학적인 물음입니다. “왜 나를 따라오느냐?” 이렇게 묻지 않으시고 “무엇을 찾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살면서 우리들이 찾는 것은 ‘무엇’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 맞는 질문을 던지신 거예요. 너 뭘 찾느냐? 너 뭐가 되고 싶으냐? 저 돈을 벌고 싶어요, 저 학자가 되고 싶어요, 저 행복해지고 싶어요… 이렇듯 질문의 출발은 ‘무엇’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 말미로 가면 예수님께서 당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누구를 찾느냐?”(요한 18,4)라고 말하십니다. 요한복음이 깔고 있는 복선이죠. “무엇을 찾느냐”에서 나중에 이 답은 “누구를 찾느냐”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요. 그 “누구”가 누군가요, 바로 예수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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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큰 능력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1. 10. 08:49
마르 1,7-11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마르 1,7).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큰 능력”이라는 말에 우리 묵상의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큰 능력은 ‘힘이 센’ 사람, ‘권력이 큰’ 사람, 이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얘기해요. 결국 우리 교회 안에서의 능력은 과시하는 능력이 아니고 섬기는 능력입니다. 베푸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요한이 얘기한 건 “그분은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오신다”에 관점이 있는 겁니다. ‘얼마나 힘이 센가’에 관점이 있는 게 아니라 ‘이분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일을 하실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실 수 있느냐’를 얘기하는 거죠. 이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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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가복음묵상 - Lectio Divina 2021. 1. 3. 11:12
제1독서 이사 60,1-6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이사 60,2). 여기 “네 위에는”에서 얘기한 ‘너’는 누군가요? 뽑힌 이들이죠. 그럼 이 뽑힌 이들은 누군가요? 우리 그리스도인을 지칭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누굽니까? 뽑힌 이들입니다. 믿지 않는 이들 가운데 뽑혀서, 초대받아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천국 시민이 된 이들입니다. 세상 위에 “어둠”이 덮치고 “암흑”이 덮쳐 살기 힘들어지고… 또 어떻게 보면 어둠은 “무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하느님을 못 알아보더라도 우리에게는 “빛”(이사 60,1)이 오시기에 하느님을 알아보고 섬길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영광이 함께 하..